유럽은 나라가 옹기종기 서로 붙어있다 보니 한 가지 음식을 여러 나라가 향유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의 김치라고들 하는 시큼한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 양배추를 얇게 썰어 시큼하게 절인 음식)를 체코에서도 끼사네젤리(kysané zelí)라고 하는 이름으로, 또 전통음식으로 먹고 있다.
또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즐겨 먹는다는 슈니첼 (Schnitzel, 고기를 망치로 두드려 얇게 펴 빵가루를 입혀 튀겨먹는 음식) 또한 마찬가지이다. 체코에서는 지젝(řízek)이라는 이름으로 즐겨 먹고 있다.
독일여행가면 꼭 먹는다는 슈바인학센(schweinshaxe)도 마찬가지로 체코에서도 전통음식으로 즐겨 먹는 요리이다. 체코에서는 꼴레노(koleno)라고 한다. 돼지무릎으로 오븐에 바삭하게 구워내어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육즙이 줄줄 나와 유명한 체코맥주와 한잔 하면 감히 극락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 꼴레뇨가 아니고 꼴레노 입니다. .. (제발)
여러 방송이나 블로그에서 꼴레뇨라고 소개를 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프라하에서 투어를 하고 있는 한국인 지인에게 이야기를 전해 듣자면 한국손님들을 모시고 항상 체코 전통요릿집을 찾아가곤 하는데 그곳에서 한국인을 구분하는 방법 중 하나로 꼴레뇨라고 이야기하는지 아닌지를 본다고 할정도라고 하더군요.
또 한국에서 체코음식집을 하는 체코인 지인도 같은 말을 합니다. 너무 많은 손님들이 꼴레뇨로 알고 있기 때문에 메뉴를 꼴레노로 바꾸지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언젠가 방송에서 꼴레노가 꼴레뇨로 잘못 방송이 되고 이 잘못된 이름이 계속하여 재생산되어 지금은 한국인들에게 꼴레뇨로 굳어진 느낌입니다. 우리가 꼴레노라는 발음이 더 어려워서 못하는 것도 아니고 엄연히 이건 틀린 이름인데 자꾸 이 이름을 쓰는 것은 옳지 않지요. 입장 바꾸어서 김치라는 이름을 두고 외국인들이 기무치라고 잘못된 명명을 한다면 썩 좋은 일은 아니겠지요.
또한 헝가리, 폴란드, 독일, 오스트리아와 함께 체코에서 많이 먹는 음식 중의 하나가 굴라쉬(guláš) 이다.
(실제발음은 정확한 한국발음으로 굴라쉬도 아니고 굴라슈도 아닌 š(에슈) 발음이 살아있는 발음이다. 알려진 것도 그러하고 편의상 그냥 굴라쉬라고 쓰기로 하겠다.)
굴라쉬는 헝가리가 원조격으로 여겨지긴 하지만 체코의 어느 식당을 가도 항상 있는 메뉴가 굴라쉬이기에 체코의 국민음식격이라 할 수 있겠다. 굴라쉬는 찐한 소스처럼 끓여 고기와 소스를 빵과 함께 먹기도 하고 소스의 느낌이 아닌 수프로 끓여 먹기도 한다.
맛은 감자탕맛이랑 비슷하여 우리나라 사람 누구든 크게 싫어하는 사람없이 먹기 쉬운 음식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원래 굴라쉬는 소고기와 양파를 듬뿍 넣고 향신료, 거기에 파프리카 가루도도 듬뿍 넣어 만드는 음식이다. 나는 따로 체코음식을 배운 적이 없다. 그래서 내가 넣고 싶은 재료를 듬뿍듬뿍 넣고 하고 싶은 대로 하지만 그래도 여기서 살면서 그동안 먹으며 쌓인 데이터와 짬바가 있지 않는가? 아주 쉬운 음식이라 딱히 노하우까지야 없지만 그래도 여기서 평소에 해먹는 굴라쉬수프를 공유하려 한다.
리크 (leek) 서양의 파, 파스닙 (parsnip) 미나리과의 식물로 설탕당근이라고도 불린다
독특한 풍미를 위해서 커민이라고 하는 향신료도 같이 넣고 같이 달달달달 볶아준다. 어느 정도까지 볶아라 커민을 얼마큼 넣어라 하는 기준도 없다. 야채의 양도 좋아하는 대로, 야채도 좋아하는 것 넣고 싶은 대로 넣으면 될 거 같다.
*파프리카 가루지, 고춧가루가 아닙니다.
파프리카 가루도 듬뿍 넣고 좀 더 감칠맛과 색을 위해 토마토 페이스트도 한 숟갈 같이 넣었다.
건더기가 뭔가 아직도 아쉬워서 빨간 파프리카도 하나 더 넣었다.
물(육수)을 넣고 간을 하고, 오랫동안 뭉근히 끓여주면 완성이다.
끓이다 보니 여전히 건더기가 뭔가 아쉬워 요즘 나는 맛있는 햇양배추도 대충 썰어서 듬뿍 넣고 더 끓여주었다.
이리하야 완성
식사용 곡물 빵을 국물에 찍어 같이 먹으면 훨씬 더 맛있다.
말랑한 신선한 빵을 찍어먹으면 국물이 빵에 잘 배어 맛있고, 바삭하게 구운 빵은 또 뭉근한 굴라쉬수프와 대조되는 식감에 또 맛있다.
잘잘하게 벌건 고깃기름이 보인다... 어느새부턴가 고기기름이 뜨면 더 식욕이 돋는다.
어느 정도 적당히 먹었다고 생각하면 더 이상 먹지 않는 꾸비도 한 그릇 먹고 한 그릇을 더 먹는다. 겨우 둘이 사는 집에 이 굴라쉬 수프를 한 냄비 가득 끓였는데 이 수프를 다음날에는 보지 못했다.
이 긴 블로그를 읽어주시는 모든 사람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몸도 건강하고 마음도 건강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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