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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베나 로따(Červená Lhota)와 뗄츠(Telč)

체코생활

by 아호이호이 2024. 5. 8.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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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포스팅에서 체스키 크룸로프(Český Krumlov)->흘루보카(Hluboka nad Vltavou)->체르베나 로따(Červená Lhota)->뗄츠(Telč)->브르노(Brno)로 이어지는 여행 중 체스키 크룸로프와 흘루보카 두 군데 만을 소개하였다.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할 곳은 체르베나 로따와 뗄츠이다. 아마도 가장 동화 속스러운 관광지 모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친구와 함께 했었던 여행루트 출처 mapy.cz

 

체르베나 로따(Červená Lhota)의 체르베나(Červená)는 빨간색의 라는 뜻의 형용사이고, 로따(Lhota)는 중세시대 lehota라는 단어에서 온 단어이다.

중세시대에 새로 만들어진 정착지에 그 시대 주민들은 영주에 대해 특별한 의무와 권리를 가졌었다. 그런데 이런 의무는 마을이 만들어진 후 일정기간 동안만 면제되었던 것인데 이 면제되는 기간을 lhota인 유예, 해방 등으로 불렸으며 이것이 때로는 새로운 정착지의 이름에도 붙여지곤 했다.

사진에서도 보면 알 수 있듯이 체르베나가 들어가는 이름답게 빨간색의 벽이 인상적이다.

체르베나 로따의 풍경

 

건물의 색 때문에 체르베나 로따라는 이름을 지었다는 단순한 이야기도 있고 창문을 통해 악마에게 끌려가는 아름다운 여인이 흘린 피의 색이라는 전설에서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여자가 창문으로 떨어진 적이 없고 본사람도 없기 때문에 그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 일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건물의 본래의 색은 하얀색이었고 17세기에 빨갛게 칠해졌다고 한다.

 

체르베나 로따의 전경

 

체르베나 로따는 다른 체코의 관광지들에 비해서 놀랄 만큼 한적하다. (어쩌면 관광객들이 여기까지 접근하기에 그다지 쉽지만은 않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일단 큰 도시들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점도 그러려니와 체코인들을 제외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북적이지 않고 조용하게 둘러보기 너무 좋은 곳이었다.

이곳 또한 이미 세 번 정도 와봤지만 방문 때마다 항상 한적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현재는 어떨지 장담할 수는 없다.)

 

체르베나 로따 주변으로는 연못이 있어서 배를 빌려서 유유히 건물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우리도 배를 탔는데 배를 타는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과 햇살, 5월의 온도와 색감과 이곳의 경치까지 이곳의 모든 것이 가히 예술적으로 느껴졌다.

관광객들이 배를 타며 성을 둘러보기도 한다

 

체르베나 로따는 14세기에 고딕양식으로 지어져 1530년에는 르네상스 스타일의 성으로 바뀌었다.

 

체르베나 로따는 체코 문학작품에 영감을 주기도 하였고 영화에서도 영화의 장면으로도 많이 등장하곤 했다.

체코 내에서도 체코 현지인들에게도 가장 동화 같은 성으로 인식되고 사랑받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베드르지흐 까마릿 Bedřich Kamarýt(1831-1911)의 Kabové Rybňany, 이르지 홀룹 Jiří Holub(1975)의 Vzpoura Strašidel(2010)과 Zadušní mše za hraběnku(2011) 등의 문학작품에서도 체르베나 로따가 작품의 배경이 되었다.

 

영화 Svatby pana Voka a pan Vok odchází  1979 (좌) 와, 영화 O Štěstí a kráse 1986 (우) 의 장면
뮤지컬 Zlatovláska(1973)의 장면, 출처 zamek-cervenalhota.cz

 

개장시간은 다른 체코의 성들과 비슷하다. 기본적으로 월요일에는 열지 않는데, 계절이나 어떤 투어를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므로 항상 방문 전에는 사이트에 들러 기본적인 정보를 둘러보고 스케줄을 조정하길 바란다.

배를 타면서 찍은 체르베나로따

 


 

이제 뗄츠(Telč)를 보러 남보헤미아주를(jihočeský kraj) 떠나 뗄츠가 있는 비소치나주(vysočina)로 간다.

아마 뗄츠의 모습을 어디선가 많이 보았을 것이다. 체코에서 너무나도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이고 1992년 세계문화유산 유네스코에 등재된 곳이다.

유네스코라는 단어만으로도 이미 가슴이 벌렁벌렁한다.

다리위에서 찍은 뗄츠의 전경

 

 

뗄츠라는 작은 도시에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주의와 로마네스크.. 천년동안의 모든 양식이 모여 섞여있다. 뗄츠의 르네상스 광장과 뗄츠 성, 성의 정원 모두 연못으로 둘러싸여 있는 모습도 굉장히 인상적이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운이 좋게도 전통문화공연도 하고 있었고, 그 지역의 특산물과 향토음식 등 기념품을 파는 시장도 열리고 있었다.

전통의상을 입고 공연을 준비중이었다
행운의 말발굽 모양의 어마무시한 크기의 빵도 팔고 있었다

 

시장이 열린 뗄츠 광장
사탕처럼 알록달록한 광장을 보고있으면 동화 속에 와있는 기분도 든다.
광장이 너무 알록달록해서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든다.

 

49미터에 달하는 후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탑인 věž sv.Ducha 13세기 전반에 지어졌다. 꼭대기까지는 97개의 나무계단으로 되어있고 탑에 올라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름다운 뗄츠의 전망을 볼 것을 추천한다.

광장에서 사진을 찍으면 한시간이 훌쩍 지난다.
뗄츠 성의 모습

 

뗄츠 성은 16세기에 원래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곳이었으나 자카리아스에 의해 르네상스형식으로 재건되었고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미술영향을 많이 받은 건물이라고 한다.

 

자카리아스 Zacharias Ursinus 1534년에 태어난 종교 개혁가이며 개혁주의 신학자이다.

 

뗄츠 성과 정원

 

체코에서 무조건 봐야 할 곳을 딱 세 곳만 골라달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않고 프라하(Praha), 체스키 크룸로프(Český krumlov) 그리고 여기, 뗄츠(Telč)를 꼽을 것이다. 한국에서 친구가 놀러 오면 무조건 데리고 가는 곳 중에 하나도 뗄츠이다.

뗄츠가 프라하만큼 유명해졌으면 좋겠지만 또 너무 많이 알려져서 관광객으로 바글바글 모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는 곳이기도 하다. 나만 아는 유명맛집이 더 알려지기는 게 싫은 것 같은 마음일까

프라하만큼 크진 않지만 프라하 못지않게 이 작은 도시를 거닐다 보면 하루가 말도 안 되게 빨리 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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