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하기 좋은 5월, 간소하게 배낭을 꾸려 매고 체코의 자연 어디든 나가고 싶은 계절이다.
체코는 미국의 나이아가라나 그랜드캐니언 같은 거대한 대자연의 위대함은 없다. 그래도 아직 청정하고 소박하며 소박하지만 꽤 볼만한 곳들이 많다.
쿠비와의 3박 4일 트래킹을 공유하자면 우리의 루트는 노베 믄녜스또 나 모라볘(Nové město na Moravě)에서 시작하여
1일은 메들로브(Medlov) 캠핑장까지
2일은 메들로브(Medlov)에서 밀로비(Milovy) 캠핑장까지
3일은 밀로비(Milovy)에서 벨께 다즈꼬(Velké Dářko)까지
4일은 쥬댜르 나드 사자보우(Žďár nad Sázavou)로 끝내는 여정이다.
지명을 의미 그대로 해석하자면
* 쥬댜르 나드 사자보우(Žďár nad Sázavou) : 사자바(Sazava) 강 위의 쥬댜르( Žďár )지역
* 노베 믄녜스또 나 모라볘(Nové město na Moravě) : 모라비아(Moravia) 지역에 있는 새로운 도시, 뉴타운
우리는 배낭에 물과 간식뿐만 아니라 캠핑장에서 쓸 침낭과 텐트도 함께 가지고 떠났다.
활동하기 좋은 5월이지만 막상 등산로를 따라 오르락내리락 걷자면 점차 점점 더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숲길을 걷자면 시원하고 상쾌한 마음에 발걸음마저 가벼워진다.
요즘에야 누구나 스마트폰이 있어서 쉽게 지도가 따로 없어도 이곳저곳 잘 찾아다닐 수 있지만
나는 스마트폰만 바라보며 목적지를 찾는 것보다는 체코의 등산로를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등산로 - Turistická stezka (뚜리스티쯔까 스떼즈카)
숲길 곳곳 나무에 빨강 노랑 초록 파랑의 각각의 색깔별로 나무에 작게 마크가 되어있고 목적지가 다르고 어느 방향으로 몇 킬로가 남아있는지, 내가 서있는 곳의 고도까지 잘 적혀있다. 처음 시도하는 초보등산러도 스마트폰 없이 내가 가고자 하는 곳만 알면 색깔만 잘 보고 다니면 쉽게 등산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 등산로가 외국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체코에서 등산로를 따라 폴란드까지 갈 수도 있고 오스트리아도 갔다 올 수 있다.
이 길을 요리조리 따라가다 보면 드디어 첫 번째 캠핑장인 메들로브 Medlov 캠핑장에 도착한다.
거대한 호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탁 트인 경치에 가슴이 시원해진다.
메들로브 호수를 옆에 두고 하는 캠핑은 운치 있고 멋졌다.
그러나 배낭에 간소히 짐을 메고 다니는 우리로선 옆 텐트에서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는 냄새가 곤혹스러울 정도로 유혹적이었다. 아주 미치도록 부러웠다. 그래도 어쩌겠나 우리는 소박하고 겸손한 뚜벅이 캠퍼인 것을..
간단히 저녁을 먹고 대신 호수 주변을 둘러보고 작지만 최고인 우리 텐트에서 뒹굴뒹굴 대다 취침을 하였다.
메들로브 캠핑장에서 아침을 먹고 여유 있게 두 번째 캠핑장으로 이동을 한다.
가져온 것이 별로 없으니 짐을 싸는 것도 빠르다. 길을 걷다 보면 저렇게 이름 모를 꽃들도 여기저기 피어있어 가는 길이 힘이 들지 않는다.
걷다보면 얼굴도 씻고 손도 씻을 수 있는 작은 개천도 가끔 만날 수 있다. 손이 더럽지 않아도 그래도 괜히 한번 손 담가봐야겠지? 날은 더워도 역시 산에서 내려오는 물은 차다.
하루종일 걸을 수 있고 시간제한도 따로 없으며 재촉하는 사람도 없으니 놀면서 쉬면서 천천히 걷는다.
천천히 걷다 보면 또 어느새 두 번째 캠프장이 가까워진다.
첫날 캠핑장인 메들로브 캠핑장처럼 여기도 호수를 곁에 둔 캠프장이다. 참 고즈넉하고 여유로우며 조용한 곳이었다.
방문했던 세 군데 캠핑장 중에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작았다. 간식을 파는 간식바도 없었고 그저 다들 각자 조용히 앉아 책을 읽거나 물놀이를 하거나 쉬며 아무도 그 누구에게 피해를 주고 있지 않은 캠핑장이었다.
평화롭고 조용했던 캠프장이어서 그랬는지 텐트 치는 사진도 찍지 못하고 금방 잠이 들어버렸다.
이제 마지막 캠프장인 벨께 다즈꼬로 가보자!
날씨는 너무너무 좋았지만 더워서 다즈꼬로 가는 길이 유독 길게 느껴졌던 날이었다
벨께 다즈꼬는 206ha 규모의 체코에서 가장 큰 연못이다. 사자바 강에서 흘러나와 만들어진 연못이고 휴양을 즐기러 온사람들이 수영을 하거나 요트, 보트를 탄다. 지역클럽의 윈드서핑 경주가 치러지기도 할정도니 연못치고는 굉장히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연못으로 서쪽으로는 다즈꼬 국립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커다란 습지를 보호하고 있다.
벨께 다즈꼬 (Velké Dářko)
Velké는 큰 이라는 뜻으로 커다란 Dářko란 뜻이다. 연못의 이름은 연못이 있던 정착지였던 Darov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보고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벨께 다즈꼬에 도착
해가 뉘엿뉘엿 길어질 즈음 도착한 이곳에는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주변에서 축제도 하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캠퍼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큰 연못을 여기저기 둘러보고 늦게까지 놀다가 캠핑장에 들어온 순간.. 뜨악.. 사람이 많은 걸 보았으면 서둘러야 했는데...
이미 캠핑장이 꽉 차서 양옆 텐트에 양해를 구하고 가운데를 비집고 들어와 겨우 부랴부랴 텐트를 쳐야 했다.
역시 유명하고 규모가 있는 캠핑장이라서 그런지 야외 식탁이 비치된 스낵바도 운영 중이었고 이날 더위에 지친 우리는 스낵바에서 음료만 2잔씩, 아이스크림만 3~4개 까먹었다.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아무리 북적북적 여도 편안한 자연을 바라보며 하는 캠핑은 항상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
벨께 다즈꼬 앞에 가만히 앉아 금빛 석양도 즐기다 보니 이 캠핑장이 얼마나 사람들이 북적북적했었는지 오늘 하루는 얼마나 더웠는지 아무런 생각이 없어진다.
하루의 가장 금빛같은 시간은 가장 짧고 가장 찬란하다.
3번의 캠핑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벨께 다즈꼬를 돌아보는데...
허걱! 자세히 보니, 비암도 있다.
다즈꼬 앞 호텔에서 점식식사를 하고 3박 4일의 트래킹과 캠핑을 마무리하였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가끔씩 자연을 만나야 여유를 얻고 그때의 여유와 기억으로 또 열심히 살아진다.
아주 특별한 것이든 소박한 것이든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것이면 크게 상관이 없다. 비싼 호텔을 가지 않아도 작은 텐트를 쳐놓고도 자연에서 즐기는 이 여유로움은 호화로움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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