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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장사,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 -1

체코생활

by 아호이호이 2024. 5. 12.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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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정을 쏟았던 조그마한 우리가게

 

어디서 어떻게 살든 살아가는 데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함께 하기 마련인데 티스토리를 개설하고 체코에 오고 싶어 할 만한 것들 너무 아름다운 것들만 올리지 않았나 싶다.

적절한 이 시점에 외국생활의 판타지를 한번 와장창 부숴볼 타이밍이 아닌가 싶다.

장사 7년, 좋지 않은 것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으면 별로 나에게 득이 될 것이 없기 때문에 웬만하면 빨리 잊고 무시하는 것이 상책이다. 하지만 나도 사람이지 않은가?

이미 오래돼버린 것들이 많아서 아예 기억이 나지 않은 일이 태반이겠지만 그래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것들이 힘들었는지 기억나는 대로 나열해보고자 한다.

최대한 기억하지 않기 위해 사진으로 남겨놓지 않은 점 그래서 사진 자료가 넉넉지 않은 점 양해 바란다.


이유 없는 반달리즘(Vandalism)

이게 오로지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인지 모든 체코 자영업자들이 흔하게 겪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사람들을 만나면 금방 기가 빨리고 주로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 이야기를 듣더라도 속으로만 생각하는 편이다. 친구도 내 일을 하느라 바빠서였는지 거의 없었고 만들지도 않았다. 내 사회생활 능력치도 별로 좋지 않거니와 외국까지 나와 갈등을 만들거나 원한을 사지 않기 위해서 사람들과의 교류도 거의 하지 않고 일에만 몰두했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한국에서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반달리즘을 장사하는 7년 동안 몇 차례나 겪는 것은 그저 우연의 일치였을까? 아님 내가 누군가에게 원한을 샀던 것일까?

 

1. 이유 없이 간판을 훼손

밤에 누군가가 간판을 박살을 냈다.

 

아침에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을 했더니 이 모양 이 꼴을 해놨더랬다. 누구나 살면서 이런 일을 겪을 수도 있는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내가 해외에 나와있는 외국인으로서 처지가 특수하기 때문에 머릿속은 벼래별 생각이 다 들기 시작한다.

 

수리할 돈도 돈이지만 일단 내 기분이 지저분해졌기 때문에 이 골목 초입에 CCTV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경찰을 불러 신고를 하였다. 하지만 경찰을 불렀을 때 경찰은 이 일이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애초에 내 설명에 크게 귀를 기울이는 것 같은 얼굴이 아니었고 확인해 보고 알려주겠다고 떠난 후 몇 년이 지나 가게를 폐업할 때까지도 찾아오지 않았다.

 

2. 가림막(캐노피?) 훼손

사진에서 보이는 간판 왼편으로 보이는 입구 바로 위에 비를 피해 있을 수 있는 가림막 같은 것이 있다.

이게 손이 닿지는 않는데 키가 전반적으로 큰 체코인이 손을 뻗어 점프를 하면 잡을 수 있는 높이에 매달려있다.

또 아침에 출근을 했더니 이 가림막이 완전히 벽에서 분리되어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벽 콘크리트에 넣어 굳힌 거라 벽으로부터 떨어지며 벽에서 나온 파편도 함께 굴러다니고 있었고 벽에는 큰 홈이 파여있었다. 아침부터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무리 바람이 많이 분다고 해서 벽에 깊게 박혀있던 것이 저렇게 쉽게 떨어져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아무리 체코사람들의 키가 크다고 해도 저게 길을 가다 걸려 떨어질 확률이 있기나 할까?

이건 의도적으로 누가 매달려 힘을 주어 빼낸 것 말고는 설명이 안되었다.


각종 분실사건

아시아 음식을 파는 식당이다 보니 체코 현지인으로서는 평소에 보지 못했던 특이한 물건들이 많았나 보다. 가게에 비치 해놓는 것은 손님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 가져가란 의미는 아니었는데 가끔 다르게 이해를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 듯했다

그리고 음식을 내갈 때의 집기의 수와 수거해 올 때의 수가 일치하지 않을 때...

수저를 훔쳐가는 사람들은 굉장히 많았다. 하지만 놀랍겠지만 식기를 훔쳐가는 이들도 있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까?

 

분실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때도 있었다.

식사가 어땠는지 물어보러 갔더니 우리 집 수저가 손님 와이셔츠 가슴 주머니에 뙇 꽂혀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손님 실례지만 수저는 무료로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두고 가셔야 합니다.라고 했더니, 기념으로 줄 수 없냐는 얼굴로 쳐다보며 기념품?(쑤베니어)이라고 말하던 손님이 떠오른다.

아무리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을 해보려고 해도, 우리는 일반 서양식 레스토랑에서 식사 후에 포크와 나이프를 기념으로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엔 내가 만만한가? 아시아식당이 우습나? 벼래별 생각이 다 들고 있는 것이다.


악의적인 평가들

악의적인 평가, 중요한 이름은 그냥 가렸다.

 

저 리뷰를 해석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 리뷰가 뭐라고 하는지 굳이 적어보자면...

 

"정확한 한국식당의 이름은 할머니 앤 컴파니이다. 음식을 받을 때 손에 받아야 하고( 도대체 무슨 소린지..), 여기 달린 리뷰들은 베트남 시장에서 산 베트남 사람들이 적은 것이다.

라면은 봉지에서 꺼내 그냥 뜨거운 물만 부어 내준다. 그러나 30분에 1000 코룬이 들정도로 가격은 재앙이다.

그리고 삐뚤어진 치열과 삐뚤어진 눈을 가진 매춘부가 이 비싼 가격에 포함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대한다 하더라도 누군가에는 몹시 불만족스러울 수 있다.

우리 가게는 구글에서 평점이 높은 편이었고 리뷰도 꽤 많았다.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음식이 맛이 없었다라던가 가게가 위생적이지 않았다라던가 서비스를 탓하면 된다. 그렇다면 나도 피드백으로 받아들이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짚고 넘어가고 개선을 하면 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그냥 할 말이 없고 싸우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

이전에도 이 식당은 개와 고양이로 요리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리뷰도 올라오긴 했지만 저 앞의 리뷰의 사악함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손님대접에 바쁘고 정신이 없어도 우리 집에 왔던 사람인지 언제 와서 무엇을 주문했는지 태도나 분위기는 어땠는지 나는 다 기억한다. 손님의 반응을 지켜보는데 습관이 되어서인 것 같다. 

 

정말 너무너무 바빴던 점심시간이었다. 이미 가게는 꽉 차있었고 포장주문도 많고 예약도 잡혀 있었다. 그리고 벤치에는 자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손님도 있었다. 굳이 알아내려 하지 않아도 가게가 작다 보니 문을 열면 벤치에 앉아 기다리는 손님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가게의 상황을 알아차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다 예약손님 시간이 다되어 테이블을 빨리 치우고 예약을 위한 테이블을 세팅하고 있는데 그때 바로 중국인 손님들이 들어왔다.

중국인 손님들은 이미 먼저 와서 자리를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직원에게 앉을자리가 있냐고 묻지도 않은채 바로 준비하고 있던 예약테이블로 돌진하였다. 그래서 정중히 "죄송하지만 지금 여기는 예약석이기 때문에 앉으실 수 없다. 그리고 지금 미리 기다리고 계신 손님들이 더 있기 때문에 기다리셔야 한다. "라고 이야기를 했다.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중국인 손님은 엄청난 도어슬램 특기를 여과 없이 보여주며 퇴장하였다.

그리고 그날 저녁 가게에 대한 평가(리뷰)가 전송되었다.  별점 5점 만점에 1점과 중국어로 된 살벌하고 긴 리뷰... 싸한 마음이 들어 이 긴 리뷰를 긁어 번역기로 돌려보았다. 지금 정확히 모두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용은 이러하였다.

"불친절한 한국식당, 식당도 더럽고 음식도 더럽고 직원의 태도는 말도 못 하게 불쾌하다." 그리고 기타 등등 잘 기억 안 나는 혹은 기억 할 필요없는 문장들...

이 손님은 음식을 주문하지도 않았고 먹지도 않은 채 그렇게 나갔기 때문에 일단 음식이 더럽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리고 더 황당한 것은 가게의 리뷰 포인트를 떨어뜨리고 싶은 마음이 컸었는지 저 리뷰만이 아니고 아마 친구를 시켜 리뷰를 작성했는지 그날 비슷한 중국어의 별점 테러가 더 있었다는 것이다.


 

태어나서 한번 살아가는 인생, 살면서 덕을 쌓고 살아도 모자란 판에 남에게 악의적으로 상처를 주면 자신이 얻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종교는 없지만 남에게 상처를 주면 그 모든 것이 결국 나중에는 업보로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믿는다. 그래서 분노를 넘어서 그런 사람들에게 애잔함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 가게에는 너무나도 러블리한 손님들이 많이 오셨었다. 그러나 일이 고되다 보니 아무리 좋은 손님들이 많이 와서 자주 웃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일이 한 번이라도 생기면 공든 탑이 우르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안 그래도 삭막해지는 세상에 씁쓸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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