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며 체리, 복숭아 등의 한바탕 봄꽃이 만발하고 지고, 이제는 점차 녹음이 짙어지고 있다. 여름이 오기전 봄꽃이 지고 난 아쉬움을 로즈힙과 엘더베리가 대신하고 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벌써 여름의 문턱에 더 가까이 선 것 같다.
봄꽃은 모두 져버렸지만 지금 우리집 정원에는 꽃놀이 2차전이 한창이다.
친절한 옆집 야로슬라브 아저씨가 건강에 좋다고 베지 말라고 하던 엘더베리나무에 꽃이 만개하여 가만히 보고 이것이 지게 내버려두기자니 너무 아까워졌다.
영어로 엘더베리라고 불리는 이 식물은 체코에서는 Černý bez (체르니 베즈)라고 불리고 Bezinka 베진카 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베진카는 체코 널리 여기저기서 볼수있는 흔한 식물이다.
베진카는 꽃은 물론 잎까지 식물 모든 부분에 약효가 있다. 해열작용, 염증, 신경통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려서 차로 끓여마시기도 하고 시럽을 만들거나 코디얼을 만들기도 한다.
많은 체코사람들이 꽃으로 시럽을 자주 만드는데 가장 많이 만드는 시럽이 라벤더와 바로 이 베진카이다. 이 꽃 시럽은 과일로 만든 시럽과는 또 다른 싱그러움과 달콤함이 있다.
꽃망울은 잘잘한게 귀여운게 언뜻보면 안개꽃같아 보이기도한다.
베진카는 나무 가까이만 가도 은은히 풀꽃같은 향이 난다.
체코사람들은 이 베진카를 시럽을 만들어 생수에, 탄산수에 시원하게 넣어 마시곤 한다. 체코의 여름 까페에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는 레모네이드가 또 이 베진카 레모네이드이다.
올해는 나도 여름을 부자된 기분으로 지내기 위해 첫 베진까를 따왔다. 조금만 땄는데도 에코백이 한가득이다.
깨끗한 베진까이지만 그래도 종종 벌레도 보여서 물에 헹구듯이 닦아서 준비해야했다.
이 베진카가 머물렀던 자리 밑에는 노오랑 꽃가루도 남았다.
내가 만드는 베진카 시럽만드는 과정을 소개한다. 재료가 간단할 뿐만 아니라 과정도 말도안되게 쉽다.
베진카 꽃과, 설탕, 구연산, 보관할 용기 그리고 물만 있으면 된다. 별거 없지만 베진카 시럽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공유하고자 한다.
1. 물을 팔팔 끓여서 완전히 식혀주었다.
2. 손질된 베진카를 세척해서 준비하였다. 하지만 너무 많이 닦아내면 향이 날아간다.
3. 완전히 식은 물에 베진카와 레몬을 넣어놓고 하루동안 둔다.
하루 두면 물에 베진카와 레몬향이 깊게 배어 향기가 엄청나게 그윽해진다.
4. 모두 건져내 면보에 잘 짜낸다.
5. 이 물에 설탕과 구연산을 넣고 끓인다.
6. 완전히 식혀서 병에 담는다.
다 식혀서 그득 병에 담아 놓으니 벌써 부자가 된 기분이다.
하얀 꽃은 막상 시럽으로 만들어놓으니 노리끼리하고 투명한 색이다. 레몬을 함께 넣었더니 레몬 특유의 상쾌함과 새콤함이 베진까의 은은한 꽃의 향기로움과 조화가 좋다. 이렇게 담아둔 시럽은 내년까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오래동안 유지된다. 한병은 우리가 먹고 나머지 한병은 쿠비손에 들려서 시댁으로 보낸다.
매실액기스 타마시듯이 그냥 물에 타서 마셔도 좋지만 가장 극호는 시원하게 해둔 탄산수에 베진카 시럽과 애플민트를 함께 넣어 마시는 조합이다. 풋풋한 베진카의 향이 입속을 싸악 휘감으며 톡톡 쏘는 탄산수에서 달콤함과 함께 산미가 느껴지니 피로가 사악 풀린다.
이것이 체코 초여름의 시원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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