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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시골의 여느 여름풍경

체코생활

by 아호이호이 2024. 5. 4.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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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날씨가 점점 따뜻해지고 체코의 낮이 길어지면 이따금씩 꾸비와 나는 배낭하나만 둘러메고 체코의 어디든 1박 2일이나 2박 3일로 나가곤 한다. 사실 지금 포스팅하는 것은 며칠전이 아니라 다른 해의 유월인 좀 된 포스팅이다. 체코 비소치나(Vysočina) 주에 있는 벨께메지르지치 Velké Meziříčí, 문자 그대로의 해석은 big town between rivers, 강과 강 사이의 큰 도시 정도로 해석이 되는 이곳에서 시작하여 작은 마을들과 숲을 지나 주변에서 가장 높은 언덕의 송신탑이 있던 하블리나언덕(Havlina)까지 갔다오는 여정이다. 하블리나 언덕까지 올라가 그 들판에서 그날 자고, 다음날 아침, 다시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오는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었다.

 

우리의 루트는 이와 같았다.

벨께메지르지치 Velké Meziříčí - 라비츄키 Lavičky - 네띈 Netín - 하블리나Havlina

 

가방 속에는 특별할 것 없이 커다란 물병하나, 카메라, 건강바 몇 개와 감자칩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대범하고 미친 행동이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우리가 이 송신탑이 있는 언덕까지 올라가는 이유는 체코의 유월 중하순, 가장 짧은 밤을 보기 위해서였다. 컴컴한 밤은 겨우 4시간 정도였고 그곳에서 해넘이와 일출까지,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가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루트, 출처 mapy.cz

 

지도에서 보다시피 지나가는 마을들은 굉장히 작은 마을이고 심지어 우리 목적지였던 하블리나언덕은 마을에서 완전히 벗어난 곳이었다. 하블리나에서의 밤은 아무런 소리도 없이 적막하고 켜진 불이라고는 밤하늘에 켜진 별빛뿐이었다. 꾸비와 나는 이 적막함에 무서울 것도 없이 서로 대화도 하지 않고 최대의 적막과 낭만의 별놀이를 즐길 뿐이었다.

 

언덕에 텐트도 침낭도 베개도 없이 누워서 해넘이를 보고 별이 뜨는 걸 보고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별이 지는 것을 보면서 잠이 들었다가 깨다가를 반복하다 아무도 없는 들판에서 완전히 잠이 들었다. 그러다 머리맡 어디에선가 나는 야생돼지소리에 놀라 쿠비와 나는 기겁을 하여 아침 강제 기상을 하게 되었다.

 

젊음의 객기와 낭만은 여기까지, 다시 벨께메지르지치로 돌아간다.

(부디 아는 사람 없는 외국에서 따라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서두를 것 없는 아침의 숲은 최대한 천천히 둘러볼 것 다 둘러보며 발을 돌린다. 밤새 이슬 맺힌 풀숲에 신발이, 양말까지 젖어들었다.

체코 이른 아침의 숲

 

체코의 숲, 나무가 마치 체코사람들 처럼 키가 크다

 

눈을 뜨자마자 세수도 옷을 입을 것도 없이 그대로 일어나 걸어왔던 곳들을 그대로 다시 걸어 내려오는 길은 선선한 이른 아침의 숲 속 공기가 너무나도 신선하였다.

허파꽈리까지 쾌청해지는 기분이었다.

 

야생 블루베리를 채집하는 중이다.

 

산에 잔잔한 야생 블루베리가 자란다.

 

오는 산길에는 여기저기 블루베리가 자라나고 있었고 그것을 따서 먹기도 했는데 마트에 파는 블루베리와는 달리 단맛도 적고 산도도 약하지만 뭔가 결이 다른 향기였다.

 

산에 자라는 블루베리는 주로 6월에 맛볼수 있으며 선선한 고원에 자란다. 주로 멧돼지 같은 산짐승들이 이 블루베리를 먹는다.

 

숲을 벗어나 이제 Netín 마을이 보인다.

조용하고 정겨우며 소박한 체코의 작은 마을의 모습이다.

네띈 마을과 교회가 보인다.

 

도시가 아닌 농사를 짓는 마을이라 마을을 따라 내려가면서 체코의 목가적인 여름 시골마을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행복이 뭐 있을까 그냥 이런 게 행복이지.

 

농가마을의 전경, 마음이 편안해진다.

 

교회마당에 염소를 풀어놓고 염소가 풀을 뜯는다.

 

아직 덜 영근 라즈베리, 자세히보면 풋라즈베리가 메달려있다.

 

 

귀리밭

 

밀밭

 

 

호밀밭

 

호빌밭에 핀 빨간 양귀비, 마약성분이 있는 양귀비이다.

 

양귀비 밭

 

드넓은 양귀비 밭

 

이렇게 드넓은 양귀비 밭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체코에서는 양귀비 씨를 음식에 사용하기 때문에 양귀비를 이렇게 재배를 한다.

(양귀비 씨를 빵반죽에 다른 씨앗과 같이 반죽해서 구워먹거나, 우리나라 떡만들때 꿀떡에 깨많이 넣듯 각종 디저트나 빵에 달콤한 양귀비씨를 듬뿍 얹어 먹는다. 근데 특별히 양귀비 자체에 맛이나 향은 거의 없다.)

 

거의 도시에 다가가는데 호수에 오리와 오리새끼들도 보인다.

 

자세히 보면 가운데에 오리들이 보인다.
아직 여물지 않은 풋체리
길위에 카모마일이 피어서 하나하나 꺾어서 집에서 차끓여마셨다. 시중에 파는 카모마일차는 비교도 안되게 향이 정말로 좋았다.
역시 닭들이 여기가 시골이구나 싶게 만든다.

 

이따금씩 이렇게 도시를 벗어나 내가 모르는 시골마을들을 거닐면 모든 시름이 잊힌다. 그저 발걸음과 주변에만 관심을 쏟으며 크게 소리 내어 웃을 일은 없지만 이렇게 소소하고 편안한 것이 행복함이구나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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