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쿠비는 베지테리언이다.
원래는 어릴 때부터 고기를 먹지 않고 생선만 아주 조금 가끔씩 먹는 정도였다고 한다. 특별히 고기에 알레르기 반응이나 살을 빼려고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아니고 본인은 단순히 고기가 맛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이유없이 심장에 불편감을 느껴 병원에 여기저기 방문해 보았는데 돌아오는 말은 이상이 없다는 말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나마 먹고 있던 생선마저 끊고 극단적인 비건이 되었다. 치즈나 우유 같은 유제품도 먹지 않고 약 3년 정도를 비건이면서 생식을 하는 로푸더이기도 했었다. 비건으로 갈아타자마자 심장에서 느껴졌던 불편감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피부는 깨끗하고 고와졌으며 한 달 만에 살이 10킬로 이상이 빠졌으며 온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쿠비는 말한다.
비건도 힘든데 사람이 어떻게 생식만 하면서 살수가 있겠는가? 고기도 잘 먹는 내가 함께 살아야 하다 보니 슬슬 치즈도 먹고 계란도 먹는 계란과 유제품은 먹는 베지테리언이 되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직까지 전에 호소하던 심장에 불편감은 다시 나타나진 않았다.
일단 한식은 너무 훌륭하다. 베지테리안 뿐만이 아니라 비건까지 충분히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굉장히 많다.
여러 가지 나물을 해 먹고 그걸 또 비벼먹고, 전도 부쳐먹고 두부 넣고 된장찌개도 해 먹고... 고기를 좋아하는 나도 나물반찬 한식이 너무 좋다. 하지만 또 체코사람이 어떻게 매일 한식만 먹으며 살 수가 있겠는가.
체코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국가들도 비건이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갈만큼 식재료가 충분하지만 각종 산나물이며 쌈채소며 각종 버섯 등등 우리나라의 양을 따라오긴 힘들지 않을까 감히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마트에 가보면 처음에는 기껏 두부정도 팔던 옛날에 비해 비건과 베지테리언들을 위한 음식들을 많이 팔고 있고 요즘 들어서는 나름 종류 수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두부는 우리나라 두부에 비해 맛은 굉장히 떨어진다. 유통기한이 비교적 길뿐만 아니라 단단하고 특유의 고소한 맛도 떨어진다. 두부의 고유한 고소한 맛에 먹는 한국인과는 달리 유럽인들은 두부자체의 맛을 못 느끼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일반두부와 나머지 시즈닝이 된 두부들을 파는데 시즈닝이 된 두부는 바질두부, 칠리두부, 훈제두부 등 향이 다양하다. 시즈닝 두부는 그 향이 강하게 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맛이 짜기까지 하다.
팔라펠뿐만 아니라 후무스도 판매하며 고기코너에 가면 비건용 고기도 따로 준비가 되어있기도 하다.
불과 몇년전과 비교해도 확실히 비건과 베지테리안들의 선택의 폭이 커졌다.
이제는 콩고기 뿐만 아니라 재료에도 폭이 커져, 콩으로 만든 고기, 버섯으로 만든 고기도 나오고 있으며
물에 불려 사용하는 건조된 콩고기부터 진짜 정육점에 온 듯 신선하게 준비된 것들까지 정말 각양각색이다.
고기뿐만이겠는가?
베지테리언보다 더 철저한 비건들을 위해 이젠 치즈도 비건용 치즈가 나온다. 실제로 팬에 녹이면 평범한 치즈처럼 사르르 녹는다. 확실히 진짜 치즈처럼 눅직한 맛은 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콩고기버거패티를 사다가 햄버거는 기본이고, 미트볼로 미트볼 파스타를 해 먹을 수 있으며 콩다짐육을 사서 볼로네즈 라자냐를 구워 먹을 수도 있다. 고기 결처럼 찢어진 조각들은 그냥 볶음요리에 대충 넣어도 마치 닭고기를 찢어 넣은 것 같은 아웃풋이 나온다. 나도 오늘아침은 버섯으로 만든 소시지를 넣은 또르띠야를 먹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콩으로 만든 햄버거 패티가 대놓고 고기 같은 느낌이 없었지만 이제는 정말 감쪽같이 장족의 발전을 이루어냈다. 완전히 고기의 향이 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야채와 소스 등으로 함께 조합해서 먹으면 진짜 고기였는지 콩이었는지 모를 정도이다.
나도 김밥장사를 할 때 비건 김밥에 비건 다짐육을 사서 불고기 양념을 해 볶아서 사용했었다.
야채를 넣고 콩고기를 넣고 단무지와 비건 마요네즈까지 뿌려주면 단순히 비건인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저 그 맛이 좋아서 비건 김밥을 꾸준히 사 먹는 손님들이 많았었다.
체코사람들은 지젝(řízek, 독일 오스트리아에선 슈니첼)을 너무너무 사랑한다. 특별한 날이면 무조건 지젝이고 평범한 날에도 먹는다. 이렇게 특별하다고 먹고 평범한 날에도 지젝을 먹는 체코는 마치 안티 베지테리안 나라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남들 먹는데 우리만 안 먹을쏘냐? 우리도 먹는다. 나는 물론 고기가 먹고 싶으면 아무 때나 혼자서 해 먹지만 쿠비와 함께 먹으려면 이왕이면 같이 야채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
며칠 전에 해먹은 지젝을 공유한다. 손바닥만 하게 큰 포르토벨로 버섯으로 만들었으니 이름은 버섯지젝 즉 호우보비 지젝(Houbový řízek)이 되지 않을까 싶다.
파삭한 돈가스를 씹으면 쫄깃쫄깃한 포르토벨로 버섯의 육즙이 쭉 나온다. 소스까지 곁들여 먹으면 훨씬 맛이 있지만 육즙이 쭉쭉 나오는 이 지젝에 굳이 소스가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저렇게 양껏 먹어도 살찌지 않고 소화도 잘되니 금상첨화이다.
모든 재료가 있고 그 맛이 떨어지지 않으니 비건으로 베지테리언으로 살아가는 게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도 난 오늘 아침으론 버섯 소세지를 먹었으니 점심으로는 제육볶음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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