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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흘라바 Jihlava 강에서 래프팅하기

체코생활

by 아호이호이 2024. 5. 2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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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한강에 견줄만한 사이즈들은 아니지만 체코에는 많은 강이 있다. 프라하를 지나는 가장 유명한 블따바(Vltava)를 비롯해 라베(Labe), 모라바(Morava), 사자바(Sazava) 강 등 래프팅이나 다른 여름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강들이 꽤 있다.

이흘라바 Jihlava는 체코에서 7번째로 긴 강으로 비소치나 Vysočina 주를 흐르는, 이흘라브까 Jihlávka에서 시작하여 스브라뜨까 Svratka 강으로 흘러들어 가는 강이다.

 

체코가 더워지는 초여름부터 래프팅 보트를 짊어지고 쿠비와 나는 래프팅을 즐기러 가곤한다. 비록 체코에 바다는 없지만 그나마 체코의 강에서 체코의 시원한 여름을 만끽할 수가 있다.

체코의 강상황을 나타내주는 웹사이트도 있다. 출처 www.raft.cz

 

그런데 체코의 강은 내가 원한다고 아무때나 래프팅을 할 수는 없다.

날씨에 따라 가물어 물이 모자라 래프팅 자체가 불가능하기도 하고 비가 많이 와서 강물이 불어 강이 위험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쿠비와 나는 래프팅 하는 사람들을 위해 강물이 얼마나 찼는지 래프팅 하기 적합한지를 알려주는 웹사이트에서 매번 빠르게 정보를 얻는다. 강별로 물이 얼마나 찼는지 래프팅하기 적절한 강인지 등을 색깔별로 안내를 해줘서 편리하다.

 

이흘라바가 지나가는 도시들, 우리는 Jihlava를 지난 Luka라는 곳에서부터 Trebic까지 래프팅을 한다. 출처:위키
쿠비와 내가 래프팅한 트레일, Luka nad jihlavou(루까 나드 이흘라보우)부터 Trebic(트르제비츄)까지. 출처 mapy.cz

 

이흘라바강은 180,8km의 길이를 가진 강이다. 이 강을 다 래프팅 하지는 못하고 우리는 지도에 보이는 이흘라바(Jihlava) 시를 지나 기차를 타고 루까 나드 이흘라보우(Luka nad Jihlavou)에서 시작하여 트르제비츄(Třebíč)까지 여정을 택했다.

이 거리는 총 31.5km이자 강 상류로 부터 50m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다.

아침일찍 루까 luka 기차역의 모습

 

강가에 가까이 와 배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강위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들을 담은 방수로 된 파우치를 뱃머리에 매달고, 얼마나 왔는지 볼 수 있도록 이흘라바 강 지도도 젖지 않게 방수 보드에 준비해 놓는다. 물론 핸드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물 위에 있을 예정이기에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여 핸드폰은 파우치에 넣어 보트 안에 밀어 넣고 보트에 바람을 넣고 보트마개를 막아 버린다. 괜히 물 위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리거나 물이 들어가 망가지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배에 바람을 충분히 불어넣고 각 시트에도 바람을 빵빵하게 불어준다.

그리고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여 각각 구명조끼에도 적당히 바람을 넣어 입어준다. 구명조끼까지 입고나면 래프팅 할 준비 완료~!

우리의 래프팅 시작점

 

팩 래프팅을 위해 보트에 바람을 넣은 모습 준비완료~

 

사진에 보이듯이 이흘라바 강 자체는 별로 위험하지 않았다. 강 자체는 꽤 잔잔하고 평온해서 초보 래프터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유속이 빠르지도 않았고 꽤 쉬운 강이었다.

 

몇몇의 도시를 거치는 강이긴 하지만 도시를 지나치는 것은 잠시뿐 대부분 자연속을 거쳐 가기 때문에 조용하고 평온함 그 자체였다. 나는 래프팅을 아주 잘하지는 못하지만 상류에서 하류로 가는 거라 방향만 가끔 조절해야 할 뿐 크게 힘이 들지 않는다. 사실 힘든 건 쿠비가 다 한다. 파우치 안에 준비해 둔 빵이며 건강바며 간식거리들을 야금야금 먹으면서 유유히 강을 미끄러져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이 쉽고 편안한 이흘라바 강도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겨우 30킬로미터 정도 되는 짧은 루트 안에 무려 16개의 둑(jez)이 있었다는 것이다. 저번에 스브라뜨까 Svratka를 래프팅 할 때 겨우 2번 둑을 만난 것 치고는 굉장히 많은 편이었다.

몇 번 둑을 만날 때는 반가웠지만 즐길만하면 내려야하고 또 즐길만하면 내려야 해서 둑을 만나는 게 열 번이 넘어가면서 슬슬 짜증도 났다.

 

둑을 래프팅하는 것은 배에 데미지가 갈 수 있어서 선호하지 않는 것이 주된 이유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안전문제이다. 둑바로 밑이 얼마나 깊은지 가늠이 안되기 때문에다. 실제로 매년 여름마다 안전사고가 이런 둑에서 발생한다. 그곳에서 갑자기 물이 떨어지며 바로 밑 지형이 깊게 파이고 그 깊이가 가늠이 안 가기 때문에 혹시 아주 수영을 잘하더라도 이곳에 빠져서 갇히게 되면 익사사고가 일어나기 일쑤다. 그래서 이런 둑을 만나면 스릴을 즐긴다고 그냥 배를 타고 내려가기보다는 멈춰서 항상 배를 들고 둑을 지나 다시 래프팅을 시작해야 한다.

게임에서는 restart를 할 수 있지만, 현생에서는 내 목숨이 겨우 하나뿐이지 않은가. 귀찮음 때문에 이상한 모험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둑만 만나지 않으면 이렇게 잔잔하고 편안한 강이었다.
배를 잠시 세워놓고 앉아서 쉬고 있는데 닭도 보인다. 아마도 남의 사유지에 들어와 있는듯 하다.
강둑을 지나며 잠시 다리 밑에서 쉰다. 아름다운 자연만 지나가는게 아니라 이런 공장지역도 지나간다.

 

저번 포스트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래프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래프팅 중에 사람들을 만나면 아호이~Ahoj 하고 인사를 해준다. 그래서 자연을 벗어나 도시를 지나가야 하는 그 시간도 그렇게 재미없지만은 않다.

그렇게 뉘 영 뉘 영 배를 타고 오다 보니 벌써 어느덧 뜨르제비츄까지 도착하였다.

 

드디어 도착

노를 열심히 젓는다기 보다는 그냥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는 대로 휩쓸려왔더니 이미 우리 목적지인 뜨르제비츄 (Třebíč)에 이렇게 와버린 것이 아닌가? 이미 하루의 해가 뉘엿뉘엿 길어진 때였다.

분명 배 위에서는 그리 힘들지 않았지만 보트에 바람을 빼고 배낭 안에 각 맞춰 접어 넣어 집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을 때는 피곤해서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몸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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